개혁은 정상화다
흔히들 개혁이라고 하면 진보 진영 사람들이 추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여긴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왠지 거부감을 갖는다. 개혁에 대해서 저항을 해야 하고 현재 상태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저 관망하려고 한다. 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개혁의 필요성을 피부로 절감하지 않는다면 굳이 나서서 지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개혁이란 과연 무엇일까? 단어가 주는 어감은 무언가를 크게 뜯어고친다는 느낌이 든다. 작게 하는 것이 아니다. 크게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은 것, 힘들고 어렵게 해야만 하는 것, 그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개혁을 하고 나면 그 결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져서 동조해야 할지 아니면 말아야 할지를 정하려고 한다. 개인의 유불리에 의해서 정해지는 개혁의 현실이다.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자. 지구에 살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모습을 보자. 초기에는 가까운 혈연관계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다가 그 규모가 점차 커져 갔다. 국가의 형태를 탄생시켰고, 제국도 등장했다. 그러다가 모든 나라들이 서로 얽혀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상들이 일어났고 그에 맞는 제도들이 나왔다. 인류는 그 시대의 제도에 규율을 받으며 살아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던 제도들이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오래된 제도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제도인가? 단언컨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오래된 혼인 제도마저도 변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계 내에 각종 제도들도 계속 수정되고 있다. 수많은 법들이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왕조 시대의 제도 하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도저히 안되는 일이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 제도도 그에 맞게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인류의 의식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수준 높은 세상에서 살고자 한다. 몸이 자라면 옷을 바꾸어서 입어야 하듯이 높아진 의식수준에 맞는 수준 높은 제도를 원하게 된다. 개혁을 한다는 것은 결국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변화되어 버린 자신의 몸에 맞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앞으로 달라질 몸의 변화까지도 반영하는 옷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갈아입지 않는다면 매우 불편해진다. 여기저기서 탈이 나게 된다. 옷이 뜯어져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개혁은 정상화다. 주변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을 보라. 기술도, 제품도, 직업도, 생활방식도, 기후도, 우리가 쓰고 있는 용어들도, 우리의 생각마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인가? 개혁은 달라진 사회상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물이 흘러서 내려가야 새로운 물이 들어온다.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점점 썩어가는데 그냥 내버려 두려고 하는가? 버리고 깨끗한 물을 다시 받아야 한다. 

마냥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바꾸지 않아도 되는 때가 언젠가는 오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도라는 틀도 필요하지 않은 때일 것이다. 법이라는 틀도 벗어버려야 하는 때일 것이다. 굳이 정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세상. 새로운 무언가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때. 그런 때와 그런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성숙하고 높아져서 전쟁이라는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때일 것이다. 평화라는 말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개혁이라는 징검다리를 밟아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정상화하는 검찰개혁 //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법질서로 가는 사법개혁 // 진실만을 말하는 언론이 보편화되도록 하는 언론개혁 // 양극화와 불평등이 줄어드는 정상적인 경제로 가는 경제개혁 // 부정부패 없고 인권을 존중하며 합리적인 행정으로 가는 공직사회개혁 // 피지배인이나 종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살아가도록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으로의 혁명 //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주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정치개혁 // 그리고, 시민의식개혁 ...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통해서 시대를 주도한 국가로 변모한 사례를 보라. 시대에 뒤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가? 개혁이라는 정상화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다면 정상화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세대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정상적으로 사람답게 살만한 세상이다. 개혁이라는 정상화에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정상화를 넘어서는 미래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글 : 박명준 (시민정당 창당추진위 상임대표)